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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Style

[조행기]신이리 가을 대물 붕어와의 조우

가을 문턱에 나서는 발걸음이 언제나 그렇듯 설레인다.


 절친 이조사에게 근황을 묻던 차에 소양호 신이리에 자리를 잡았다는 소식을 듣고는 매번 춘천에서 가장 가까운 소양호 낚시터를 물색 하곤 했는데 신이리는 꼭 한번 가봐야겠다 하고 생각하던 차에 듣자마자 마음을 굳히고 3시가 넘은 시각 조금은 일찍 조행 길을 나섰다. 


 가끔 지나던 길이었지만 낚시터 까지 접근하는데 애를 좀 먹었다. 주 도로에서 빠지자마자 좌측으로 계속 들어가야 목적지를 만날 수 있는데, 네비 지명이 없어서 신이리 마을회관을 찍으면 산 넘고 물 건너 13km를 더 들어갔다 와야 하는 잘못된 선택을 하게 될 수도 있다. 필자는 다행히 일찍 깨닫고 이 조사의 도움으로 자리에 안착할 수 있었다.


 6년만의 소양댐 방류라는 거사를 치른 후 며칠이 지났지만 아직 소양호는 거의 만수위나 다름 없다. 갈수기 때 무럭무럭 자랐던 들풀과 나무가 수몰된 지역이라 경치는 아름답지만 바닥 상황은 조사에게 편한 낚시를 제공하지는 않는다. 비록 누군가 하룻밤을 묶었을 자리일지라도 바닥 걸림 상황은 피하기 어렵다. 오랜동안 낚시를 하면서 깨달은 것은 아무리 터가 좋아도 바닥 상황이 좋지 못하면 입질 받기가 쉽지 않다는 것으로 낚시 초기에 발품을 좀 팔아서 바닥 상황이 양호한 곳을 찾는 것이 그날 조과에 큰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이제 본론으로 들어가서 도착한 곳에서 몇 번 와봤던 이조사가 친절하게도 이곳 저곳 브리핑을 해 준 덕에 좀 더 수월하게 자리를 잡았다. 누군가 자리를 잡았던 곳인데 못해도 반나절은 터 닦는 작업을 했을 법한 자리다. 주변 나무 정리부터 터는 정말 정성들여 잡아 놓은 수고의 흔적들이다.

[1차 시도 : 호수치고 물결이 일지 않는 내가 가장 선호하는 잔잔한 곳.]


 1차 시도 자리는 수몰 나무를 포함해 최적 유관으로 봐서는 최적의 포인트다. 깊이는 3m 이상이 나오는 곳이라 부담스럽기는 하지만 자리를 잡아 보기로 했다. 포인트 탐색을 계속하는데 어디에 찌를 넣어도 두 번에 한 번은 아직 삭지 않은 수초가 잡고 찌 세우기도 불규칙 하다. 한 시간을 떡밥 투척 겸 자리 잡기를 시도 했지만 낚시하는 내내 이 불편함을 감수할 것인가 판단해야 하는 시점에 이조사가 저녁 출근 준비로 철수하는 바람에 바로 자리를 옮겨 버렸다. 최근 대륙 좌대를 구매 했는데 이게 한 번 폈다 접는 것이 만만치 않지만 아직 힘이 남아 있는지라.. 과감하게 시도했다. 어쨌건 겸험 상 판단은 빠를수록 좋고 결과는 그 판단에 대해 합리화가 되어 버린다는 것으로 후회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2차 시도 : 계곡과 이어진 물골로 추정되는 곳]

 

 이미 이 자리는 이조사가 토종 2수를 낚은 터이라 자리와 더불어 붕어 2수를 덤으로 넘겨 받고 앉은 자리로 계곡과 이어진 물골로 추정되는 곳이다. 사전 정보를 기반으로 바닥 탐색을 해보니 1차 자리보다 찌 세우기가 훨씬 수월하다. 다만 바닥이 고르지 않아 정확한 캐스팅이 필요하긴 하다.  어수선했던 자리 이동 탓인지 한 참 동안 입질은 없다. 해가 지고 피딩 타임이 극에 이를 때 예신도 없이 범상치 않게 올리는 찌 올림에 망설임 없는 챔질. 헉...~ 직감적으로 대물임을 알 수 있었다. 힘겨루기를 하면서 잉어인 줄 착각할 정도로 힘이 세다. 그림과 같이 좁은 지형에서 대물을 끌어내기가 만만치 않다. 잘못하면 주변 나뭇가지나 수풀에 엉켜 버리면 낭패, 또한 위 나무가지 까지 신경 써야 함에 정말 신중하게 끌어 올린 놈, 흠 힘 못지않은 대물이지만 떡붕어 라는게 좀 아쉽기는 하다. ^^ 호수 붕어 힘은 알아줘야 할 듯


 이렇게 시작된 낚시는 밤이 깊어질 때까지 쉽게 입질을 내어주지 않다가 9시 쯤 다시 찾아온 두번째 입질. 이전 입질과 거의 유사하다 예신 없이 찌를 4마디 올린고 멈칫 후 조금 더 올리는 타이밍에 챔질. 으허~ 더 세다.. 또한 어렵게 끌어올린 붕어 또한 대물 떡붕어.. 이렇게 마무리 하련다. 두번 입질 두 번 챔질에 대물 두 수면 정말 효율적인 낚시지만 조사님 들은 알다시피 간간히 들어오는 입질에 대물은 아니더라도 심심치 않게 올려주는 그 맛이 더 훌륭하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이조사 붕어 포함 대물떡붕어(38.5, 37)]

  

 이 자리는 1~2주 뒤에 수몰된 잡초들이 삭을때 쯤 다시 찾아야 겠다는 강렬한 인상을 남긴 포인터다. 낮 낚시에는 7~9치 토종 붕어가 심심치 않게 올라올 것이란 과하지 않은 희망을 안고 미련 없이 조행을 마친다.